양장본 유감
* 시험이 끝났다. 결과는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짧은 2주간의 방학동안 나름대로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면 될거라 믿는다.



이번 시험 공부는 너무 하기 싫었던 나머지
상당수의 용돈을 문화생활비로 날려버렸다.
아깝진 않았지만 당분간 살아가야 할 일이 막막.

오랜만에 서점에 갔다가 돈 까밀로 10권짜리 씨리즈를 질렀다 -_-;
다 살 돈은 없었기 때문에 7권까지만 사고
지금 한 5권까지 읽은 상태.
그것도 한번에 왕창 사놓고 읽은게 아니라
한두권 사오고 다 읽고 재밌고 한두권 사오고 다 읽고
문제는 그게 시험 보기 이틀 전까지 계속되었다는 말이지. -_-

어쨌거나 요새 서점에 가보니
특히 소설책이라고 나온 것중에 하드커버가 아닌 것은 거의 없더라.
그나마 예전에는 열린책들에서 간간이 문고본 책을 팔긴 했는데
이제 그것도 다 들어간 모양.
문고본은 고사하고 소프트커버의 책도 보기 힘들다.
특히 20대 초반이 좋아하는 일본소설류는
소프트 커버로 나오는 것들이 거의 없다.
문학사상사 하루키 소설을 제외하고는, 거의.

난 몇 해전에 뉴욕에서 한달간 지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에는 커피를 그 안에서 마시면서 책을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해서
미국 서점에 자주 놀러갔었던 적이 있었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영어는 어지간히 못하지만
참 신기했던 건 미국의 웬만한 소설책은
문고본과 양장본이 같이 나온다는 것이다.
문고본은 우리나라 가격으로 7~8천원이면 살 수 있지만
양장본은 만오천원 가량은 우습게 넘어간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나는 책 읽기를 좋아한다. 여유있는 시간이 많이 없어 문제지..)
책을 문고본으로 사서 읽는 것을 좋아한다.
문고본의 장점은 아주 많다. 들고 다니기 편하고, 무겁지도 않고,
특히 문고본은 작아서 여성의 핸드백 안에도 무난하게 들어간다.
그리고 무엇보다 종이가 갱지이기 때문에 가격이 쌀 수밖에.
열린책들이라는 어떤 출판사가 하드커버로
유명 외국 작가들의 책을 소개하면서
책의 고급화 (가격의 고급화?) 정책을 폈고
그게 좀 잘나간다 싶으니까 이제는 너도나도 양장본이다.

도대체 그 책을 그렇게 두껍게 만들어서 어디다 쓰는 건지 모르겠다.
출판사들은 말한다. 독자들이 문고본을 만들면 사지 않는다고.
천만의 말씀. 양장본 열풍이 불기 전에도
막상 문고본은 서점에 별로 존재하지도 않았다.
만약 비싼 중성지에 소프트커버를 씌운 책을
문고본이라고 기를 쓰고 주장하면 별로 할 말 없겠지만.
(참고로 그건 반양장본이라 한다.)
미국에서도 사람들은 너도나도 문고본을 들고 잘만 다니던데
한국 사람들이 다 된장남 된장녀들이라서
그런 책을 비싸게 사서 무겁게 들고 다니는 건가?
일단 만들지 않으니까 없는 거지.
출판사들의 속셈은 다른 곳에 있다.
책을 사서 읽는 사람들이 적으니까
어떻게든 자기 책을 팔려면 비주얼로 잡아 챌 수밖에 없다는 계산.
때문에 요즘 서점에 가면 현란한 껍데기와 장식을 씌운 책들이 많고
어떤 책은 심지어 부록도 껴준다.

독자는 내용보다 표지에 이끌려 책을 사게 되고
그 책이 많이 팔리게 되고 출판사는 이익을 보겠지만
아무리 시장의 논리에 따라 평가를 받는게 옳다고 하더라도
그게 제대로 된 출판 문화일까.
좋은 책은 내용으로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말 한가지는
그런 식으로 사회적 비용을 낭비할 셈이면
차라리 좋은 편집자 하나를 더 뽑고
오역, 오타나 제대로 바로잡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자꾸 이런 이야기 나올 때마다 독자 핑계를 대는데
책값이 싸지면 사람들이 책을 더 많이 읽게 된다.
책값이 반으로 줄면 독자가 두배로 늘어난다 해도
마찬가지 아니겠느냐 라는 계산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는데
그렇지 않다. 더 증가한다.
재미있는 책은 더 많은 독자에 의해서 추천을 받게 되고
더 많은 독자가 추천해주는 책은 더 많이 팔릴수밖에 없다.
반대로, 많은 사람들이 읽고 좋지 않은 책이라 이야기한다면
그 책은 상대적으로 덜 팔리게 되겠지.
상대적으로 양서를 더 키우는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출판사들은 제발 Don't judge a book by the cover 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책을 찍어냈으면 하는 바램이다.
좋은 책은 좋은 껍데기에 있는게 아닌데.
정말 내가 바라는대로 '값싸고 질 나쁜 책'이
서점을 지배하는 세상은 언제쯤 만들어질까?

물론 열린책들이라는 그 출판사는 히트 친 책 위주로
다시 문고본을 찍어내기도 하더군.
그 문고본이 양장본과 가격이 똑같아서 문제지만.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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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llitta | 2007/08/13 15:00 | 트랙백(1) | 덧글(6)
Tracked from 지크의 팁박스 at 2007/09/03 08:59

제목 : 하드커버 책에 대한 유감
개인적으로 하드커버로 된 책을 싫어한다. 쓸데없이 무겁기나 하고, "나는 예쁘고 비싼 책이요." 라고 시위하는 듯해서 들고다니기조차 부담스럽다. 언제쯤 우리나라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페이퍼백 문화가 정착될까? 책값이 낮아지면 사람들도 좋은 책은 빌리기 보다는 사서 보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고 매출도 덩달아 늘 것 같은데, 한국의 출판 시장은 뻑하면 하드커버류의 비싼 책만 내놓고 있다. 책 한권 살려면 큰 맘 먹고 지출을 해야하는데다, 비싼 책 상할......more

Commented by Levin at 2007/08/13 15:44
트랙백 날렸는데 스팸으로 처리되어서 무효가 되버리네요 -_-;
Commented by 세레스 at 2007/08/13 17:13
그나마 범우문고에서 문고판 책을 발행하는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네요.
열린책들에서는 이제 양장본 아니면 안나오는 거 같던데요?
사서 보고 있는 프로이드 전집의 경우에는 양장본이 만오천원이라죠[한숨]
Commented by 달을향한사다리 at 2007/08/13 18:29
밸리 타고 왔어요^^

아, 양장본 정말 들고다니기도 무겁고, 전 한손으로 책을 들고 보는 지라 손목에도 무리가고, 책값 비싸지고... 전 예전에 나오던 '문지 스펙트럼'이라는 문고판 참 좋아했는데, 요즘엔 찾아봐도 잘 없더라구요 ㅠ.ㅠ
Commented by 만월님 at 2007/08/13 21:02
책을 과시용으로 생각하는 부류가 늘어나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사실 조금은.. 진열하면서 희열을..)
항상 하는 말이지만 베스트셀러의 80%는 양장제본과 편집기술, 표지 디자인에서 먹고 들어가고 나머지 10%는 출판사의 사재기 농간, 나머지 10%만이 콘텐츠 라고 믿습니다 저는.
양장을 선호하면서도 결국 휴대가 불편해서 집에서 밖엔 안읽게 되더군요.
읽지도 않으면서 운동용인지 끼고다니는 부류도 봤습니다만..-_-;
문고판+크로키종이(?) 가격도 싸고 가벼워서 부담이 없지만.. 막상 책장에 꽂기는 뭔가 허름한 느낌이죠.
우리나라 제본기술은 세계최고~ 라는 말이 씁쓸할 뿐..ㄱ- (두서없어!!)
Commented by SeungWook at 2007/08/14 06:12
양장본은 출판사에서 책값 올릴려고 하는거죠..책을 장식품으로 여기는 이들에게는 책장에 넣어두면 있어보이고..
책을 주로 지하철에서 이동할때 읽는데 양장본은 부담스럽죠.
한국이 책값이 싼편인데 미국 페이퍼백 책하고 비교하면 별 차이 없던데요...
Commented by lollitta at 2007/08/14 07:47
Levin/아. 괜찮습니다. 트랙백 해주셨다니 완전 가문의 영광;ㅁ;
세레스/아. 그래요? 예전에 거기 열린책들에서 뉴욕3부작을 샀었는데 그거 이제 없어졌나 보네요 ㅠ
달을향한사다리/서점에서 문고본 책을 파는 걸 요새는 아예 잘 못봤어요.
만월님/과시용이라 하더라도 어떻게 그럴수가 있는지 ㅋㅋ 막 요새는 생각 없는 애들이 쓴 하이틴 연애 소설 같은 것도 양장본으로 나올때가 있더군요. 그것도 표지가 이쁘다고 팔리긴 팔리겠죠?
SeungWook/양장본 사는 사람들은 그들만의 이유가 있겠죠. 아끼는 책이니 이 책은 꼭 양장본으로 사야겠다 든가 아님 과시용(..)으로 산다든가. 그냥 두개 다 찍어내고 사고 싶은 사람들 골라서 살 수 있는 세상이 왔음 좋겠어요. 근데 솔직히 미국은 물가를 고려하면.. 그 책값이 비싼게 우리 눈으로 봐서 그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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